좋은 빛, 좋은 공기 리뷰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상영작 다큐멘터리 '좋은 빛, 좋은 공기' 리뷰입니다.
더 좋은 날이 올 것이야. 나는 좋은 빛 좋은 공기를 기다립니다.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ㅠㅠ
40년 전이 한국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 학살과 연결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개봉 2021. 04. 28
감독 임흥순
등급 [국내] 12세 관람가
흥행 예매율 10위
누적관객 1,765명(04.30 기준)
줄거리
산 자여 기억하라!
5월의 ‘광주’를, 5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같은 이름처럼 놀랄 만큼 닮은 학살의 고통. 아직도 아픈 역사 속 시대를 겪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남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광주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라지고 있는 항쟁의 흔적을 복원하라고 투쟁한다. 강제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77년부터 시작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니들의 5월 광장 침묵 행진은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된다.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은 이제 시대를 넘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달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로 향해, 분명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가 될 것이다.
제작 노트
About Movie
지구 반대편, 거울처럼 닮은 역사 5개 챕터 속에 담긴 메시지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 신군부 세력의 같은 학살을 겪은 광주(光州, Good Light)와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Good Air)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에서 일어났던 거울처럼 닮아있는 아픈 역사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고고학적인 아트멘터리다.
한국 작가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은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두 도시의 이야기를 감독만의 새로운 영상언어로 직조해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예술로 승화했다.
영화는 ‘거울’, ‘안녕’, ‘눈까마스’, ‘이름도 남김없이’, ‘쑥갓’이라는 총 5개의 챕터를 통해 같은 시기, 같은 국가 폭력의 고통을 겪은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대상과 인간상, 자연이 어우러진 예술적인 영상으로 동시대 학살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는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의 기운을 건넨다.
‘좋은 빛’과 ‘좋은 공기’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함께 겪은 아픈 역사, 국가 폭력이 자행된 공간을 국가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는 믿음, 과거의 현재적 의미와 여전히 계속되는 투쟁, 자연과 생명의 정화능력에 대한 의미를 전한다.
CHAPTER 1. 거울; 같은 이름, 닮은 역사
5월의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일어난,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를 경험했던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항쟁의 서사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듣기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CHAPTER 2. 안녕; 오늘 이 곳, 내일 여기가 될 기억의 공간
영화는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기록한다.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 전남도청과 아르헨티나 비밀수용소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은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라지고 있는 항쟁의 흔적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며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복원이다.
CHAPTER 3. 눈까마스(더 이상은 안 돼);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눈까마스(Nunca Mas)’는 아르헨티나의 실종자 진상규명 국가위원회의 조사보고서로 ‘이제 다시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희생된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 죽음 등이 오늘날 우리 일상 안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며 잊으라고 혹은 이미 잊으라는 사람들의 기억을 재촉하며 편했던 사람들이 불편해지고, 불편했던 사람들이 편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CHAPTER 4. 이름도 남김없이; 그들의 행진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은 집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투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울고 있는 게 아니라 투쟁을 하러 광장으로 나왔다”는 말처럼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게 했고, 깨닫게 했던, 현재 진행 중인 어머니들의 행진이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CHAPTER 5. 쑥갓; 상처를 씻김하는 예술과 위무하는 자연
자연과 생명에 정화능력이 있듯 역사 역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순리처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 우리가 정립해 나가고자 하는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한다.
Production Note
■ 취재 노트
1. 광주 5·18과의 첫 인연은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2013년 봄, ‘비념’(2012)이 개봉되어 광주 극장에서 상영하게 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 GV가 진행되었는데 관객 한 분이 광주 5·18의 이야기를 ‘비념’과 같이 민초, 민중에 애정을 가진 시선으로 담아줄 것을 제안했다. 이후 2013년 가을, 제작진은 광주 트라우마센터에서 진행된 마이데이(My Day)에 2차례(1회 박유덕, 2회 박천만) 참여하며 제작 방안을 모색했다. 마이데이는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5·18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이야기와 증언을 통해 트라우마를 완화하고 사회적 연결감을 회복하고자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었다.
2. 2017년 5월 아르헨티나 벨라스 아르테(Museo Nacional deBellas Artes) 국립미술관 초청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전 1970-80년대 남아메리카의 역사를 리서치했고, 아르헨티나 역시 다른 남아메리카 국가들처럼 군사정권이 들어선 1976-1983 사이 납치, 강금, 강간, 살인 등 혹독한 탄압으로 인해 3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시 오프닝 전후로 아르헨티나 5월 광장(Madres de Plaza Mayo)을 방문했다. 당시 실종된 가족을 찾아달라며(대통령 궁 앞에 위치한) 5월 광장에 어머니들이 모여(1977~) 시작한 침묵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목요일마다 열리는 오월 광장 어머니회 집회를 운 좋게 두 번 보게(촬영)되었고, 현지 지인의 발 빠른 도움으로 오월 광장 어머니회 회장 에베 데 보나피니(Hebe de Bonafini) 인터뷰도 진행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광주’를 떠올렸다.
3. 2018년 4월, 다시 5월이 오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오월광장 어머니회’와 광주 ‘오월어머니회’ 두 나라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와 광주 5·18 항쟁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다. 실제 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이 광주를 찾기도 했고, 광주 오월 어머니들이 아르헨티나를 찾아가기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에베 데 보나피니 회장님 인터뷰로 시작했듯, 광주에서도 첫 인터뷰를 ‘광주 오월어머니집’ 정현애 관장님 인터뷰로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광주 트라우마센터나 광주 오월어머니집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던 오월 어머니들이 옛 전남도청을 지키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농성중인 어머니들을 만나면서 인터뷰하는 것이 여러모로 쉽지 않았고, 인터뷰보다는 어머니들과 관계 맺기 및 복원문제에 좀더 (영화의 콘셉과 방향 등) 고민할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어느새 옛 전남도청 복원 농성이 600일을 훌쩍 넘기며, 무더운 한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인터뷰이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아 광주 오월어머니회 관장을 역임한 전 관장님들 중심으로 다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후 생존자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5·18 당시 끔직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했고, 영가결혼식과 같은 죽은자들을 위한 애도의 방식과 이후 삶(트라우마), 좀더 나아가서는 옛 전남도청 복원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복원 문제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는 않았다.
4. 2018년 8월 중순 3주 간의 일정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시 방문했다. 인터뷰는 오월광장 어머니회와 생존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인터뷰 외 기억의 공간(클럽 아틀레티코, 옛 해군사관학교 등), 기억의 공원(라플라타 강변) 등과 같이 당시 상황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을 방문했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인터뷰하면서 자연스럽게 광주와 비슷한 점, 다른 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의 경우 대체로 신체 훼손, 절단, 부폐 등의 참혹한 장면을 묘사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면 아르헨티나는 신체학대, 강간, 고문 등으로 인한 다른 시선, 주체, 감각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은폐되어있는 학살의 장소를 복원하고 유골감식 그리고 DNA 분석을 통해 실종자 규명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군부독재기간 동안 벌어진 납치, 감금, 살해로 인해 아르헨티나 국민 3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고,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인 만큼 실종 문제는 광주에 비해 매우 심각했다. 아르헨티나는 일찍부터 ‘실종’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납치되어 비밀수용소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정책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었다. 하나는 부모들과 함께 납치되었던 아이들 혹은 수용소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시신을 찾는 것이 다른 갈래였다. 독재정권 이후 북미과학협회에선(생물학자 클레어 킹) 이 실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부모를 통한 유전자 검사를 시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같은 북미과학협회의 법의학 인류학자였던 클라이드 스노우 또한 단순히 상징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살해된, 사람의 신분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곳이 EAFF(Argentine Forensic Anthropology Team)이다.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광주에서도 5.18 유해발굴에 참여했던 고고학자, 인류학자들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5. 그 외 생존자 인터뷰 및 공간 촬영과 함께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청소년(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거울-당신의 고통을 나누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양국 간 영상교류 워크숍은 국가폭력의 고통을 당한 두 나라의 학생들이 각자가 살고 있는 공간, 흔적, 일상을 촬영해 서로에게 보내주고 상대방에게 받은 촬영 소스로 각자 편집과 내레이션을 입혀 완성해 보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조금 더 이해해 보는 시간이었다. 청소년들에게서 이러한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현실 안에 존재하는지 일상적인 다른 투쟁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청소년 영상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이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서신을 전하듯 양국 청소년들이 만나는 것은 광주와 아르헨티나의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지역(local)을 넘어서 전 지구적인 역학 속에 위치시키고, 미래 세대가 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어떤 해답의 실마리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워크숍은 광주에서 2회(총 4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회(총 3일)가 진행되었으며, 광주 5·18과 아르헨티나 군부독재를 경험한 생존자이자 증언자분들이 강연으로 함께했다. 학생 모집과 워크숍 장소는 광주시 교육청과 레꼴레타 문화센터(규모는 다르지만 광주의 ACC와 비슷한 기관이다) 도움으로 진행되었다.
6.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5·18 항쟁을 상징하는 노래이다. 옛 전남도청에서 공수부대에 맞서 최후 항쟁을 벌이다 희생된 시민군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가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당시 자식을 잃었던 오월 어머니들도 영가 결혼식을 올려주었다. 21년만에 DNA로 실종된 아들을 찾은 이근례씨 또한 25년 전 같은 5·18 행방불명자 윤순애씨를 며느리로 맞았다. 영가결혼은 육신이 남아있지 않은, 이루어야 할 것을 못 이루고 간 청춘들이 죽어서라도 이루라고 해주는 산 사람들의 애도였다.
이 작품의 연출자인 나는 그 동안 죽음과 애도에 관한 작품을 주로 다루어왔다. 그것도 제명을 살지 못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이러한 탓에 “내가 그때 죽은 사람의 환생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도 이어졌다. 종교(기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비이성, 비문명적이라고 터부시될 수 있으나, 무의식, 심리학적인 측면에선 “역사의식의 기본적인 연상법의 특수한 표현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실제 많은 문학, 예술, 영화 작품에서 현실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생의 인연을 현세로 끌어들여 풀어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꿈은 의식이라는 작은 세계를 무의식이라는 큰 세계로 인도하며 불가능함을 가능함으로 만들어준다.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라 할지라도, 꿈이라는 비현실의 상황을 통해, 자식(또는 가족)의 죽음을 인정함으로써, 이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의지를 스스로에게 부여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7. 2019년 3월 광주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잠잠해질 만하면 반복되고 있는 지만원의 5·18 북한군 개입설, 그 개입설을 옹호하며 나서는 보수세력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지만원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시민들의 규탄집회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함께 열렸다. 보수세력과 규탄집회세력이 시위벽을 만든 경찰들 사이로 마주보며 ‘가짜 유공자’, ‘진짜 유공자’를 소리 높여 외쳤다. 얼마 후 5·18 당시 책임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광주에서 진행되었다.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오가며 오랜 시간 감금된 사람들, 실종자의 가족, 폭력의 기억을 어떻게든 현재화하려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폭력의 흔적을 증거하는 공간과 사물들을 마주하며,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두 나라의 역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광주 5·18만 보더라도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국가 폭력의 역사를 경험한 두 나라가 폭력을 기억하는 방식과 의미화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목적은 같을 것이다. 아직 발굴 중인 불법 감금소의 흙 한 줌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3년여 기간 동안 최후 항쟁지 복원을 위해 농성을 하고 있는 광주 5·18 어머니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 다큐멘터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항쟁의 시간 속에 살며 고통 받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고, 유해발굴과 항쟁지 복원에서 드러나는 기억의 정치학의 문제를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복원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복원의 문제만을 다루지 않는다. 사물이 복원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하는 행위, 즉 정신적 차원의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에서 복원을 통해 발굴된 장소와 사물들은 법정 투쟁의 증거물로서 국가폭력을 증언하는 것이다. 공간 복원은 기억의 복원으로 이어지고 기억의 복원은 국가에 대한 신뢰의 회복, 삶의 복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어둡고 숨조차 쉴 수 없었던 광주(光州, 빛고을)와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Good Air)의 도시 이름에서 가져왔다.
■ 화면 구성 및 작품 스타일
*실종(유해발굴)
‘좋은 빛, 좋은 공기’는 EAFF와 광주 5·18재단(발굴작업에 함께한 단체 및 참여자들)의 협조 하에 비밀수용소, 유골이 묻힌(추정) 장소에서 발굴된 유골, 여러 오브제(증거물)를 통해 상황을 재구성한다. 법의인류학자, 고고학자의 과학적인 작업을 따라가며 발견된 사물들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이미지들로 등장한다. 3D 가상세계를 서로 다른 두 공간, 과거와 현재, 전생과 현생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매개체로(연결) 활용한다. 애니메이션, 3D, VR 등 적절한 이미지 표현 기법들로 발굴된 사물들, 유골의 이미지에서 가상현실로 이어지는 경로 속에서 실종자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전한다. 알레고리와 상징을 활용 하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복원
1978년 아르헨티나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군부정권은 국내외 정치상황을 선전하기 위해 월드컵을 적극 활용했다. 옛 해군사관학교(EX-ESMA)에 납치되었었던 생존자(인터뷰이)에 의하면 월드컵이 벌어졌던 한달 동안의 기간이(가해자와 감금자) 모두가 하나된,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 월드컵 경기장의 축구 함성으로 비밀수용소의 위치가 밝혀진 사례도 있다.(군부정권 당시 비밀수용소는 다양한 형태로 일상공간에 존재했고 군부는 정권 말기에 모두 폐쇄 조치하거나 땅속에 묻어 버렸다) 현재 발굴작업이 한참인 클럽 아틀레티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감금, 실종되었던 많은 장소를 발굴, 복원해 ‘기억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복원은 여전히 없애고, 지우고,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역사를 대하는 방식 또한 많은 부분 국가권력에 의한 난개발의 형식과 흡사하다. 옛 전남도청도 이 사례를 비켜가지 못한다.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당시, 옛 전남도청은 리모델링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지만 ‘역사성, 상징성, 장소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복원 공간의 흔적과 발굴된 증거물에서 나온 청각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로 광주 전일빌딩의 헬기에서 쏜 총탄의 흔적을, 비밀감금소였던 클럽 아틀레티코에서 나온 나치 무늬가 그려진 경찰모자와 경찰봉, 탁구공 등은 당시 누구에 의해, 어디서, 어떤 식으로 폭력이 자행되었는지 추적하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생존자/증언자의 목소리라는 명징한 전달 방식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학살을 증거하는 장소와 오브제들이 갖고 있는 시각적, 청각적 속성들을 암시적이지만 감각 가능한 형태로 그려낸다.
최후 항쟁공간인 옛 전남도청 복원문제와 복원을 위해 농성중인 5월 어머니들은 이 부분에 있어 우리에게 큰 과제를 던져준 만큼 농성 및 복원과정 또한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복원’은 이번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풀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바람이 불어서 흔들리는 것일까? 곤충과 동물이 평소와 다른 기이한 움직임과 행동들에도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세상 누군가에겐 햇빛 공기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 , , 모두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시간들일지도 모른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우리 삶에 필수 요소인 빛, 공기, 풀, 나무, 물 등 자연에 주목하며, 불필요한 폭력, 학살, 억울한 죽음을 역설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예로 오월어머니의 집 정현애 관장은 보색 관계인 녹색과 붉은색 두 가지 색을 통해 죽음과 삶이 공존했던 당시 광주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와 한국, 겨울과 여름, 밤과 낮 등 서로 다른 두 지점을 새롭게 교차, 위치시켜 봄으로서 두 사건을 여러 감각으로 접근한다.
또한 우리는 확인 할 수 없는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사라져버린 것들을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 자연의 초자연적인 현상,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 이미지 등을 적극 활용한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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